영화 '몽상가들'
베르나르도 베스톨루치 감독의 영화 '몽상가들' 을 봤다.
때는 68혁명의 열기가 타오르는 프랑스 빠리, 주인공이 만나게 되는 쌍둥이들은 영화광(씨네필) 들로써 그들이 구축해놓은 세계 속 - 그들이 연기하는 여러 영화들의 오마쥬들로 구성된- 에서 살아간다. 그 세계 속에 주인공이 난입하게 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주인공은 그 세계의 일원이 된다. 쌍둥이들이 서로 알몸인 상태에서 동침하는 것, 성적인 행위를 통해 '놀이' 를 하는 것 등은 그들이 아직까지도 유아기적 심리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였음을 의미한다.
주인공의 등장과 함께 그들의 세계에도 균열이 시작된다. 그 시작은 주인공과 이자벨(쌍둥이 중 여자) 의 성관계 중에 이자벨의 질주름(처녀막)의 균열이다. 이것이 촉매가 되어 주인공과 이자벨은 연인 관계로 발전하게 되는데, 둘만의 시간을 원하는 주인공에 의해, 이자벨은 평생 단 한 번도 떨어져본 적이 없었던 동생 테오로부터 떨어져 하루를 보내게 된다. 그 동안 동생 테오는 여자친구를 집에 데려오게 되고, 그 장면이 이자벨에게 목격당하게 된다. 이렇게 그들의 세계에 균열은 점점 가속화된다.
그들의 세계 - 마치 '알' 과도 같다 - 가 마침내 깨어진 건 시위 대열로부터 날아온 돌멩이 하나가 집 유리창을 부쉈을 때였다. 그 때, 마침 자신들이 알몸으로 동침한다는 사실을 부모님에게 들켜버린 이자벨은 테오가 모르는 사이에 가스를 이용해 동반자살을 시도하던 중이었다. 속에서 죽어버리려던 알은 외부의 충격에 의해 깨어졌다.
그리고 쌍둥이들은 알애서 깨어나게 된다.
유리창이 깨지는 소리를 들은 쌍둥이들은 신들린 듯이 밖으로 달려나가 화염병을 들었고, 평소 그들에게 각성을 요구하던 주인공은 대열 저 편으로 도망쳤다. 태어나 처음 맛본 기묘한 안락에 중독된 나머지 깨어나기를 거부한 것이다.
영화는 이렇게 끝.
이 영화의 명장면이라 하면 여러 장면이 있을 수 있겠으나, 내가 제일로 꼽는 장면은 '밀로의 비너스' 의 오마쥬다. 밀로의 비너스라는 서구 문명의 정수를 검은 가죽장갑으로 연출하여 일종의 섹스 판타지를 충족시키는 것 - 주인공의 입장에서든 관객의 입장에서든 - 이 매우 마음에 들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