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쳐
내가 미치고 있는 것인가 아니면 세상이 미치고 있는 것인가?
모모의 집에서 이틀간 뒹굴거리면서 먹고 자고 먹고 자고만 했다.
나는 학교도 그녀는 알바도 가지 않았지...
사실 우리는 너무 두려웠다. 학교로 돌아가는 것이. 나는 이대로 학교를 N년동안 더 다녀서 졸업한다는 것이. 너무 벅찼다.
그리고서 밤에 돌아오는데, 편의점에 들렀다.
편의점은 서울이라는 도시의 축소판 같다.
서울이란 도시에는(아니 도시에는) 영혼이 없다.
모든 존재들이 투명한 플라스틱 통에 담겨 진공포장되어 있는것만 같았다.
대학 기숙사를 생각하면, '관' 이 생각난다. 그냥 인간 창고. '집'이 절대 아니다.
영혼이 서릴 가능성이 없는 공간이다.
우리들의 추억이 서린 공간들은 하나둘 사라져갔다.
나다도, 두리반도, 마리도, 상주보도...
그들은 생겨날 때 부터 소멸을 예비하고 있지만 유한한 인간의 삶에 비해서도 그들은 너무 짧게 존재했다.
모든 것이 너무 빨리 생겨나고 사라진다. 모든 것에 영혼이 서리기 전에 그것들은 사라진다.
서울이라는 도시가 나에게 너무 거대하게 다가온다.
도시가 나에게 쓸려오는것만 같다!
도시가 꾸물꾸물하며, 와르륵!!
가끔씩 무언가를 바라볼 때 마다 그것에 대한 파괴적인 생각을 강렬하게 한다.
예를 들어, 어떤 교수를 보면 그 교수를 몽둥이와 가시 달린 채찍으로 때리는 것을 상상하기도 한다. 아니면 벌초 광경을 볼 때마다 물씬 풍겨오는 풀냄새가 사실은 피비린내와 같고, 저 풀포기들은 지금 사지를 잘리고 있다는 생각을 한다. 그리고 나면 저 예초기 아래에 손을 집어넣고 싶다.
진짜 그렇게 하면 어쩌지.
그냥 작은 방에서 평생 꾸물거리면서 사는 게 좋겠다. 그런 작은 방에는,교수도 없고 예초기도 없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