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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어요

사회당.(수정)

야우리 2012. 2. 17. 04:10
사회당이 그것의 역사적 사명을 다 하였다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것이 맞을 테지요. 하지만 그것이 이런 불명예스러운 방식은 아니었으면 좋았을 거에요.

사회당은 제가 처음으로 주체적으로 결정해 입당했던 정당이었습니다.(이전에 '당' 을 표방하는 모 사회운동 단체에서 활동한 적은 있었지만요)  2002년 '사회주의 대통령 후보' 로 '돈세상을 뒤엎어라!' 를 외치며 대선에 출마하신 김영규 선생님을 보고 사회당과 사회주의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던 때가 생각이 나는군요. 당시 홍보물의 강렬함이 계속 저를 사로잡으며 이곳으로 이끌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이후 한동안 사회당은 제 관심 속에서 멀어져 있었습니다. 그리고 2008년이었나. 이글루스라는 블로그 커뮤니티를 통해 나가토 무장전선의 김슷캇이라는 이상한 사람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는 그의 블로그를 즐겨찾기 해 두고 자주 들어가 보게 되었죠. 그러다가 모 일간지에 사회당 명의로 실린 광고를 뚫어지게 살펴보다가 '덕후위원회' 라는 게 있다는 걸 알게 되었고 그것의 위원장이 김슷캇이라는 사실을 알고는 그런 위원회가 설치될 수 있는 정당의 활동 기풍이란 어떤 것일까 하며 나름 호감을 가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대학에 입학해 서울로 올라오면서 김슷캇과 이곳저곳에서 조우하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그의 모양새를 보고 '저런 사람이 당직자라니, 사회당이란 당은 참으로 관용적이구나.' 했던 단순한 호감어린 호기심이 그를 이후 여러 현장에서 함께하고 친구가 되었을 때 그가 자신의 잘못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사과하고 자신을 고치고, 현장에서 기획이 필요할 때는 기발한 기획을, 결단이 필요할 때는 확고한 결단을 보여주는 것을 보고 저런 사람을 당직으로 채용한 사회당 사람들은 참 사람 보는 눈이 있는 사람들이구나 생각했습니다.

결국 그의 권유를 받아 입당하게 되었습니다.

청년진보당으로부터 시작되는 조직의 합법정당으로써의 13년 역사, 그 동안 당원동지들이 보여준 헌신과 열정. 이제 와서 새삼스럽게 이야기하는 것은 불필요하겠지요. 새로운 진보좌파정당 건설을 위한 통합의 흐름도 부정하고 싶지 않습니다. 정세가 그것을 요구하고 있지 않습니까. 우리 당의 역사야말로 좌파의 통일(統一) 을 위한 여정 아니었나요. 제가 앞서 말한 대로 그것의 역사적 소임을 다하였다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것은 당연한 순리이지요.

하지만, 그 마지막이 이런 식이리라고는 전혀 생각지 못했습니다. "총선 일정에 맞춰서 어떻게든 통합한다."(자세한 내용은 생략할게요) 는 당원들의 자존감을 무너뜨리는 합의문. 그것도 합의문에 대한 공개를 늦추며 당원들을 믿지 못했던 지도부. 그리고 그것에 대한 당원들의 문제제기에도 불구하고 묵묵부답인 당 중앙. 지금까지 제가 쌓아왔던 사회당에 대한 신뢰와 호감을 무너뜨리는 것들이었습니다. 또 이런 정치적 격량의 와중에서 가슴아파하는 슷캇을 비롯한 많은 친구들을 보는 것도 참 기분이 좋지 않네요. 어느 존재이던지 간에 마지막은 가슴아픈 것이라지만, 게다가 그 존재가 옛 혁명가들이 '계급의 기억' 이라 표현했고, 13년이라는 어떻게 보자면 긴 시간 동안 가장 억압받는 사람들과 함께 해 온 남한 정치사의 진보의 담지자였던 한 '당' 이 사라지는 것은 훨씬 더 아픈 일이겠지만, 이렇게 믿음과 호감마저 바스라뜨리는 불명예스러운 마지막이어야만 했을까요.

이만 씁니다. 제가 글로 마저 쓰지 못한 이야기들을 앞으로 많은 동무들이 채워나가기를 바라며.
상처 주는 말들로 서로를 아프게 하지 말기를 바라며.

 이 글을 읽어주신 모든 동지들, 동무들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앞으로 어찌 되었든 다들 덜 아파하기를 빕니다.

그럼, 당대회때 뵈어요 다들.

사회당 충남도당 당원
야우리(권용석) 드림


P.S. 슷이 그 드립을 다시 리플로 달아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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