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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하라, 이 겨울을

야우리 2012. 1. 16. 03:01

분노하라, 이 겨울을

 

 -  임 성 용

 

겨울이다

혹한의 칼바람 살을 에는 겨울이다

이 겨울, 깡깡 얼어붙은 얼음나무들이 있다

길바닥에 주저앉아 떨고있는 사람들

뼛속까지 드러난 투명한 핏줄들이

저 높은 철탑과 크레인 위에

맵찬 바람 하늘끝 고공의 둥지 위에

아스팔트에, 보도블럭에, 펄럭이는 비닐막 찢어진 천막에

나뒹구는 침낭 속 싸늘한 숨결로 있다

뜬눈으로 역류하는 잠들지 못하는 잠, 꿈같은 생시로  있다

 

 

지금, 지상에서 그들이 머물 수 있는 곳은 어디에도 없다

아무런 죄의식도 없이 인간과 자연이 지닌 모든 것들을 도륙해버리는

이 악마와도 같은 자본주의,

생산과 노동의 소중함은 단 한시라도 안식을 위한 수단이 될 수 없었다

경제를 살리고 4대강도 살리고 무엇이든 살리고 살리고

이른바 죽은 좃도 살린다는 MB노믹스,

인간이 누려야할 최소한 삶의 가치를 송두리째 뽑아내고

포클레인과 덤프트럭과 재개발과 홀딱 벗고 드러누운 싹쓸이 개방과

그리고, 입만 열면 새빨갛게 덧칠하는 거짓말, 거짓말!

 

 

아, 우리는 하나님을 본 게 아니었다

궁상스런 궁민(窮民) 모두를 철저하게 배제하는 악령의 힘을 보았다

악마에게는 사랑을 말할 수가 없다

악마에게는 우리가 지켜야할 가족과 피맺힌 노동을 이야기할 수 없다

악마와 그 악마의 집단에게 우리는, 우리들의 쉴 시간을 허락해달라고

어찌 하소연하고 매달릴 수 있겠는가

21세기 대명천지, 고도의 문명과 순도 높은 행복이 넘쳐나는 시대에

과연 이 지구상 어느 나라에서 노동자들이 자기 몸에 휘발유를 뿌리고

분신하는 나라가 있단 말인가

과연 전세계 어느 선진국, 어느 미개한 국가에서

일년이면 수십명의 노동자들이 스스로 목을 매달아 자결하고

숯덩어리 불길로 타죽는 나라가 있단 말인가

 

 

여기, 섬뜩하게도 그런 나라가 있다

그것은 세계10대 경제대국이라는 대한민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그것은 오로지 서민들 걱정에 잠이 안 온다고 하는

이명박 정권하에서 자행되고 있는 일이다

돌이켜보라, 그는 중세 이후 너무나 야만적인 형벌이라고 해서 금지된

잔학무도한 화형제도를 버젓이 부활시켰다

갈 곳 없이 내쫒겨 망루에 올라간 용산철거민들을

하루 아침에 복날 개잡듯 불에 태워죽이지 않았던가

그들의 불에 구운 영혼이 구천을 떠돌아도

공장에서 쫒겨난 노동자들이 무려 열아홉 명이나 죽어나가도

이래도, 이래도 눈썹 하나 깜짝하지 않는 대통령!

이래도, 이래도 이 정권의 수명이 다하도록 유지시켜 주는 국민들!

이게 진정 우리가 살고 있는 나라란 말이더냐

이게 진정 우리의 아이들이 자라나 또다시 이런 더러운 국민이 되란 말이냐

 

 

아니라면, 이것만은 결단코 아니라고 한다면

노동자여, 전민중이여! 이 얼어붙은 겨울을 분노하라

얼음장밑 강물처럼 차디찬 분노를 흐르게 하라

탐욕에 대한, 배반에 대한, 절망에 대한, 무관심에 대한

그 누구도 막을 수 없는 도도한 저항이야말로

우리 모두가 바로 분노의 도가니로 뛰어드는 일이다

보아라, 간악한 적들은 사람들을 1%와 99%로 나누었다

99%를 다시 집주인과 세입자로 나누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만만한 노동자를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나누었다

비정규직을 다시 용역, 파견, 시간제로 나누고 또 나누었다

적들의 끊임없는 분열 앞에, 노동자여!

한솥의 용광로에서 들끓는 노동의 쇳물결이여!

그 어떤 세월이 와도 우리는 결코 길들여지지 말자

노동계급의 유전자는 절대로 분열될 수 없는 것이다

 

 

그렇다, 자본이여!

너희가 년간 700만대의 자동차를 생산해서

메머드급 경쟁력으로 아무리 우리를 묶으려고 해도

우리는 결코 묶일 수 없다

너희가 14조원의 돈다발을 투자해 세계적 글로벌기업으로

아무리 우리를 가두려고 해도 우리는 갇힐 수 없다

현대차 / 비정규직노동자 / 상경 투쟁 / 승리를 위하여/

절절하게 떨리는 생의 목숨으로 다짐하나니

승리의 날은 멀지 않았다

우리 승리하리라!

우리 승리하리라!!


2012. 1. 14.  현대차 양재사옥 앞, 투쟁문화제 연대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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