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이 미친놈아!” “오 그대 보이는가… 새벽녘의 여명에… 로켓의 붉은 섬광과 공중에서 작렬하는 포탄이… 오 말하라 성조기는 여전히 휘날리고 있는가…!” 미국식 피자를 먹지 못한지도 꽤 시간이 흘렀습니다. 저는 파파존스 피자를 좋아합니다. 존스네 아빠가 만든 것이지요. 토핑이 과하지 않아서 각자의 맛이 살아있고 도우가 부담스럽지 않으면서도 감칠맛이 돕니다. 미국에서는 장거리 트럭 운전사들이 한 판을 시켜서 트럭 뒷자리에 두었다 먹는 것으로 유명하다고 합니다. 고독한 장거리 운수 노동자의 삶, 한국에서와는 전혀 다른 이미지입니다. 학교에서 딱 400여미터만 걸어가면 마드리드 시내에 4개 있는 파파존스 지점에 갈 수 있다길래 ‘수페르 파파스’ 피자 작은 사이즈 한 판을 들고 집까지 걸었습니다. 포장해 가면..
지난 1월 4일부터 2월 초까지 스페인 마드리드에 어학연수를 오게 되었다. 간단한 여행기를 작성한다. 휘황찬란한 마드리드의 중심지 그란 비아. 언제나 관광객들로 가득한 그 거리. 그리고 이어지는 솔 광장을 걷다 보면 그곳에는 단지 부띠끄들과 백화점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걸 알게 된다. 내전 당시 마드리드가 포위 공격에 시달리는 동안에도 ‘크론슈타트의 수병’, ‘차파예프’ 등의 프로파간다 영화들을 상영해 사기를 고양시켰던 마드리드 최초의 마천루 ‘카피톨’ 영화관, 각국의 군사고문관들과 해외 통신원들의 숙소로 쓰였던 호텔 브리스톨, 격렬한 포/폭격의 와중에도 최후의 순간까지 공화국의 통신 임무를 수행한 전화국 본부까지, 호텔을 무숙자들을 위한 숙소와 식료품 창고로 개조했던 바르셀로나의 경우처럼 ‘혁명적’ 재분..
페-하!(페이스북 친구들 하이! 라는 뜻입니다. 저는 왕당파가 아닙니다.)오랜만에 (의회)정치글을 씁니다. 사전투표가 오늘부터니까요. 대부분 친구들이 제 정견에 대해 알고 있을테니 지금까지 딱히 쓸 필요를 못 느꼈어요. 그것 말고도 하루종일 정치공학 얘기만 하는 건 정말 멍청하게 삶을 망치는 길이라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특정 후보를 지지한다면 사람들을 만나서 설득하고 이야기를 나눠야지 인터넷에 글을 쓰는게 무슨 의미인가요? 세상은 인터넷에 있지 않고, 세상을 움직이는건 우리 주변 사람들이니까요. 인터넷에는 남에게 전시하고 싶은 나의 즐거운 삶 이런거나 올리고 차라리 선거운동을 합시다.저는 한국 기준으로 꽤나 급진적인 좌파에 속하는 노동당 당적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번 대선에 노동당은 후보를 내지 못했죠...
(지난 3월 7일에 작성) 한국 땅에 돌아와 보니 호시절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고도성장과 안개같은 불안한 평화, 거기서 자라는 흔들리는 청년들의 시대. 하루키가 그의 소설에서 그렸던 고도성장 막바지의 청년문화, 세계는 생각보다 여기와 다르지 않았다. 아무도 릴케를 읽으며 도시를 거닐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어느 도시나 다를 게 없기 때문이다. 어디에서나 사람들은 죽음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죽음이라는 종착지를 잊기 위해 소비에 몰두할 뿐. 20세기 초 불안한 청년들은 혁명을 했지만 21세기 초는 혁명보다는 느리게 오는 멸망이 더욱 어울리는 시대다. 세상은 거지꼴의 80%와 나머지로 양분되어 천천히 멸망을 향해 나아갈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문학을 읽고 파이프를 문 채..
- 명분과 실리를 챙기는 대선과 당명 개정 '정치' 라는 것을 우리는 여러가지로 정의합니다. 크게는 한정된 재화를 분배하는 행위 자체를 정치라고 보는 경우부터 좁게는 부르주아 의회정치에서의 정쟁만을 정치라고 보는 관점까지, 보통 대중들의 인식은 후자로 수렴합니다. 다분히 반정치적이죠. 보통 동양 고전 정치철학의 입장에서라면 정치는 '명분과 실리 사이에서 고민하며 권력의지를 실현해나가는 것' 으로 가득하다고 볼 수 있을 겁니다. 에 나오는 구절이죠. 그 송나라와 초나라가 전쟁을 하는데 강을 건너고 있는 적을 공격할지 말지 결단을 못 내리다가(병법에서 강을 건너느라 진형을 정비하지 못한 적을 공격하는 건 기초 상식) 대열을 갖추지 못한 적을 공격하는 것에는 명분이 없..
문학 애호가, 문학가, 문학을 사랑하는 모든 이들에게 고합니다. 우리의 삶이 문학은 될 수 있지만 문학이 내 삶이 되지는 못하더군요. 인간의 삶이란 추레하고 비굴하기 짝이 없어서 ABC의 벗들 처럼신념을 위해 죽지도 못하고 '어머니' 의 주인공들처럼 영원한 혁명적 낙관이란 존재하지 않으며 하다못해 베르테르처럼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죽지도 못합니다. 누군가가 젊은 나이에 사랑을 위해 죽는 것 만큼 멍청한 것은 없다고 했지만 인간이 살아가며 그 고결함을 잃어버렸을 때 오점을 남기며 계속 살아가기보다는 차라리 그것을 잃기 전에 죽어 고결하게 남는 것이 낫지 않았을까 하는 후회를 하게 되지 않을까요? 체 게바라는 젊어서 죽어 영원한 혁명의 표상으로 남았지만 그의 친구 피델은 천수를 누려 한편으..
세간에 천재라 회자되는 문학가 전혜린은 1965년 1월 10일 자택에서 사망한 채 발견되었다. 공식 발표된 사인은 수면제 과다복용이었다. 유서는 남기지 않았다. 그녀의 죽음에 대해서 저혈압으로 인한 자연사라는 말도 있고, 수유리 고갯길에서 눈에 덮힌 시신으로 발견되었다는 말도 있다. 추측하건대 그녀가 처방받던 세코날은 대표적인 바르비탈산 계열 수면제로 요즘 주로 쓰이는 벤조디아제핀 계열에 비해 치사량이 현저히 낮은데다가, 전날 술에 취한 채로 다량을 처방받아 복용했다는 정황이 있으니 자살 여부를 떠나 수면제가 사망의 원인이 되었음은 확실한 것 같다. 그녀는 죽기 전 날 대학로 학림다방의 입구 오른쪽 창가 자리에 앉아 한참을 기다리다 우연히 후배를 만났다고 한다. 그리고는 곧 탤런트 최불암씨의 모친이 운영..
원래 지식인의 역할은 전문성에 근거해 미래를 전망하고, 사회 변화에 따른 목적 부재의 아노미를 방지하기 위해 선도적 규범을 제시하는 것이었다. - 민주화 20년, 지식인의 죽음 에서 인용 앞길에 대한 고민에 가끔 잠도 설치는 요즘이다. 나도 한 때 대학원 진학을 고민하기도 했다. 원하는 학문을 연구하고 그 분야의 전문가가 되어 인류의 진보에 이바지하는 삶은 생각만 해도 멋진 삶이었다. 한 분야의 전문가가 자신의 연구에 대해 열심히 설명하는 모습은 사뭇 아름답기까지 하다. 하지만 나이가 들고 대학원에 간 지인들이 많아지면서 그런 아름다움이란 물 위의 백조의 모습과 다름없다는(사실 백조는 열심히 발을 젓지 않아도 고고하게 떠 다닐 수 있다고 하지만) 사실을 알게 되었다. 대한민국 사회는 그런 지식인을 원치 ..
갑자기 엄마에게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요무대 25주년 기념 대한민국 가요사 특집을 보고 있었다. 심수봉이 나와서 그녀의 대표곡들 - 그때 그 사람, 남자는 배 여자는 항구, 사랑밖에 난 몰라 - 를 불렀다. 지금까지 심수봉 노래를 들을 때는 1979년 공식 콘서트 영상을 주로 봐서 그녀의 20대 젊은 모습만 알고 있다가 할머니가 되어 있는 것을 보니 세월이 많이 흘렀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는 1978년 대학가요제에서 그때 그 사람 으로 첫 대중공연을 했다. 그 때 대학교 4학년이었다. 그때 노래를 보면 요즘 대학교 4학년은 꿈도 꿀 수 없는 대단한 감성을 지녔더라. 1979년에 24살이었다면 엄마보다 겨우 열 살이 많은 것인데 벌써 저렇게 늙었다니. 사람이 50을 넘으면 정말 빨리 늙는구나 싶..
어제는 망원동에 있는 멋쟁이 술집 겸 까페 '사는게꽃같네' 에 방문했다. 천장에는 우산들이 달려 있다. 비가 오는 날이면 우산들을 펼쳐 놓는다. 그 때는 비가 내리고 있었다. 비가 내리는 덕에 피워놓은 인도산 향불이 더욱 진한 향기를 발했다. 주인은 30대 초반으로 보이는 히피 스타일의 치렁치렁한 옷을 입은 대구 말씨의 여성이었다. "어 대구 출신이세요? 대구 말씨 쓰시네요." "아 당연하죠~ 대구 사람인데~ 두시간 전에 돌아왔어요~" "여기 참치 시킬 수 있다고 들었는데..." "네 시켜 드려예? 삼만원짜리?" "네 감사합니다~" 이런 식이었다. 메뉴의 구성은 매우 단출했다. 낮에는 커피와 (식사대용도 가능한)와플을 팔고 저녁에는 술과 아주 간단한 안주들을 판다. 의외로 캡틴큐 를 한잔에 1900원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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