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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11월 16일) 국민대 중국인문사회연구소에서 전 중국공산당중앙당학교 정법부 조호길 교수님을 모시고 '중국은 과연 대국인가' 를 주제로 간단한 세미나를 진행했다.


난 우연히 광고를 보고 '중공중앙당학교 교수라니, 중공 수뇌부의 학습은 어떤 전망을 가지고 이뤄지고 있을까? 특히 (서구적)자유화나 민주화에 대한 전망은 어떤걸 가지고 있는 것인가?, 최근 18기 6중전회의 시진핑 주석에 대한 과도한 권력집중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 것인가?" 하는 호기심에 찾아가 보았는데, 관련 교수 10여분이 조촐히 모여서 식사하며 하는 모임이었다. 어색히 끼어앉아 식사를 하고 모임을 진행했다. 내용은 크게 다음과 같다.


1. 중국은 과연 대국인가

대국이란

- 국가 규모

- 제도

- 문화

세 가지 모두 갖춰져야 진정한 대국이라 할 수 있다. 중국의 경우 규모는 당연 13억의 초거대국가이고, 제도는 민주집중제를 도입하고 있으며 문화면에서는 유교와 사회주의를 내세울 수 있다.


2. 제도(민주집중제)

현재의 동원국가적인 민주집중제가 작동하는 당-국가체제는 크게 중공중앙-전인대-국무원-사회 로 나누어볼수 있다. 명목상 이들은 독립되어 있을지라도 당 중앙은 각 부서의 당 세포조직을 통해 나머지를 통제하여 권력의 집중을 이룬다.

'당이 결정하면, 전인대는 통과시켜주고, 국무원은 일을 하며, 정협(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는 옆에서 박수친다.'


- 중국 공산당과 서양(부르주아 민주주의사회) 정당의 차이

서양 정당은 민족국가 형성 이후의 산물이고, 중국공산당은 민족국가 건설과 번영을 위한 정당이다.

서양 정당은 전체(시민사회)의 일부이고, 중국공산당은 중국 전체 민중의 대표이다

서양 정당은 자유주의와 다원주의를 기본신념으로 하고, 중국공산당은 일원중심주의를 기본신념으로 한다.(중국에는 다원주의 전통이 없다)

서양 정당은 선거를 위한 조직이고, 중국공산당은 특정 목표를 지향하는 엘리트 선봉당(전위당)이다.


- 중국 공산당의 권력구조

총서기 1인 - 정치국상무위 7인 - 정치국 25인 - 중앙위원 376인(중앙위원 198인+후보위원 158인)

전인대는 최고 권력기관이라 하지만 집권당 의지의 국가화 수단임.


- 당-국가 체제의 장점

국가정책과 전략의 연속성(정권이 바뀌지 않음)

중장기 이익과 단기 이익, 국지 이익과 전체 이익의 균형(부르주아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직접선거로 인기를 위해 단기이익만을 생각)

인재의 조기 선발과 장기 훈련

효율성


- 단점

제도화의 약화(법 제도적으로 명문화된 규정 - 민주집중제- 등이 없음)

(당중앙에 대한)문책의 약화

부패 방지 어려움


- 당-국가 체제의 정당성

역사적 정당성. 중국은 2000여년동안 통일대국을 유지해왔다. 이를 위해 경제권력과 정치권력을 분리했으며 정치권력을 황제에게 집중했고 행정권은 지방에 분산시켰다. 마치 황제는 원칙만 교시하고 지방관들이 세세한 실무를 처리하듯이, 중공중앙도 원칙만을 교시할 뿐 각 지방에서 그 원칙을 자기들에 맞게 세세한 것을 정해 적용한다. 이를 통해 무오류의 황제, 무오류의 당 신화를 유지. 역사적으로 중국인들은 호적제를 통해 통제되고 과거제를 통해 차별없이 인재를 선발하고 관료제로 훈련시켜왔음. 유교 전통, 대동사상, 천인합일 사상은 현 중공의 맑스주의(도덕적 이상주의, 평등주의)로 대변됨.


3. 문화

사실 중국공산당 간부들은 맑스주의(특히 맑스경제 - 역대 지도자들 중 그 누구도 맑스주의 경제 관련 노작을 남긴 바 없다)를 잘 모름. 이는 그저 구 사회의 유교도덕적 이상주의(대동사회)를 물려받은 것과 비슷함. 오히려 유교적 공동체주의와 관료주의가 근간이 되어 돌아간다.


중국 사회의 4대 유파

- 자유주의(서구식 자유주의, 학계나 젊은층)

- 신좌파(시진핑 주석을 위시로 하는 신 마오주의자들)

- 민주사회주의(북유럽식으로 대표되는 민주적 사회주의 지지자들 - 이상적이라면 20차 당대회쯤 이들로 권력승계가 이루어질듯)

- 유학파(유교 공동체주의자, 전통주의자들)


4. 전망

유교적 공동체주의와 사회주의, 엘리트주의, 서양의 외래가치들을 조합한 새로운 가치체계의 가능성

민주집중제 - 개인은 조직에 복종, 소수는 다수에 복종, 하급은 상급에 복종, 전당은 중앙에 복종 - 의 제도화

신 정치 질서 성립 - 1. 강력한 정부(민주집중제 제도화) 2. 공정한 법치 3. 정부(당중앙)에 대한 자유로운 문책

이렇게 하면 중국은 대국으로 나아간다. - 싱가폴 모델을 이상적으로 생각한다.


나의 질문 - 신 정치질서의 핵심 중 하나로 '정부에 대한 문책' 을 강조하셨는데, 이를 위한 수단 중 가장 흔한 것으로 언론을 들 수 있다. 그러나 현 중국의 언론은 모두 당 중앙 선전부의 검열을 받는다. 이렇게 되면 당연히 당중앙에 대한 문책은 불가능한데, 앞으로 중국은 이 언론 자유 문제에 대해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하시는지?


대답 - 그렇다. 언론의 문제가 있다. 현재 중국은 외래 가치들에 의한 젊은이들의 아노미 현상 등 사회혼란으로 인해 언론자유를 제한하고 있다. 실제로 기성 매체들은 선전부가 인사에 관여할 수 있기 때문에 통제 가능하다. 그러나 신매체 - 인터넷, SNS, 휴대전화 등 - 는 통제 불가능하다. 실제로 몇년 전 SNS를 통해 베이징 시내 택시기사들이 집회를 열려고 한 적이 있었는데 이것이 무장경찰부대에 의해 제지되자 그들이 파업하여 당에서 요구조건을 들어준 적이 있었다. 이런 문제들은 정협을 강화하여 민주당파들을 각처에 등용함으로서 해결할 수 있으리라 본다.



세미나에서 조 선생님은 지속적으로 중국의 발전은 중공의 통제 하에서 제도화된 민주집중제와, 공산당의 권위 아래 있는 시장, 그리고 내부의 민주당파를 강화하여(공산당의 통제는 유지하되) 중국의 발전을 이루어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중국에서 다당제는 절대 불가능하며, 최순실 게이트의 예를 들어 다당제와 직접선거제도를 비판하기도 하셨다. 


중국공산당의 공식 이데올로그에게서 듣는 중국의 현재와 미래에 대한 이야기였다. 사회주의, 공산주의로의 이행은 자본주의를 충분히 발전시켜서 잉여생산물이 풍부하게 한 뒤에 하기로 했고, 지금은 북유럽식 민주사회주의에 대해 많이들 동의하고 있다고 한다.

정치제도, 인류발전사 전문가라는 느낌과 함께 한 편으로 맑스주의에 대해 잘 알지만 전혀 맑스주의자는 아닌, 진성 보수주의자의 느낌이었다. 그래도 이 분이 중앙당교에선 진보적인 편이셨다고.


물론 서구식 자유주의가 절대선은 아니지만 사상과 문화 모두에서 세계를 제패한 서구식 자유주의 앞에 중국의 도전은 어찌 되어질 것인가.



조호길(趙虎吉)

중앙당교 정법부 교수,정치학박사,박사생지도교수
zhaohuji@vip.sina.com

연변대학 정치학부 졸업(통신학부)
북경대학 정치학부 정치학 석사,박사 졸업.
한국 경남대학교 초빙교수,
일본 오사까경제법과대학 아세아연구소 객원연구원,
일본 게이오대학 지역연구소 객원연구원.
미국 캘리포니아 과학기술대학 객원교수.
중국 조선반도문제연구회 부회장
중국정치학회 리사 등 력임.

저서
<<비교정치학-개발도상국적 시각>>(중문).2002년.중산대학출판사.
<<현대화와 권위주의:한국현대정치발전에 관한 연구>>.2002년.민족출판사.
<<한국현대정치론>>(한문) 동방출판사,1995
<<중국개혁전서-정치개혁권>>(한문,공저) 대련인민출판사,1996
<<정치학신편>>(한문,공저) 중앙당교출판사,2001

<<당대중국정부>>(한문,공저)료녕인민출판사,1991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