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궁금해하지 않을 이야기다. 며칠 지독한 우울의 시간을 지나고 있다. 왜냐고? 코로나 때문이지. 코로나에 걸린다 만다 이런 걱정이 아니다. 우리가 지금까지 알던 호시절의 끝이 생각보다 빨리 올 것 같다는 이유에서다. 아니, 이미 왔을지도 모르겠다. 오늘부로 EU 국가들 사이의 국경이 폐쇄되고 프랑스 등지에서는 외출사유서 없이 외출했다 걸리면 벌금형, 미국에서는 오후 8시 이후 통행금지, 캐나다도 국경폐쇄를 단행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미국이야 트럼프 당선 때부터 그런 조짐이 보였지만, 솅겐 조약이 눈 앞에서 하루아침에 이런 식으로 유명무실해질 줄은 몰랐다. 다시는 유럽 국가들 간에 전쟁이 없으리라는 세계사적 선언이었던 그것이 말이지. 한 번 앞으로 나아가기가 어렵지 역행은 생각보다 쉽게 일어나는 법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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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어도 공격도 강철과 같이 떠 있는 성이니 믿음직하네 떠 있는 성은 해가 뜨는 곳 황국의 사방을 수호하리라 - 토리야마 히라쿠 작사, 세토구치 토키치 작곡, ⟨군함 행진곡⟩, 1900 꽁치는 꽁무늬도 비치지 않는 오즈 야스지로의 영화 ⟨꽁치의 맛⟩, 등장인물들은 소박한 일상을 꾸려나가며 줄곧 술을 마신다. 이렇다할 사건도 일어나지 않는다. 주인공 딸의 결혼은 대단한 사건인 것처럼 지속적으로 언급되지만 정작 결혼식 장면은 나오지도 않는다. 카메라는 자꾸만 빈 곳을 비춘다. 아무도 없는 집, 텅 빈 거리 같은 곳을. ‘우연히’ 만난 사람들은 술을 마시다가 실없는 농담을 하고, 고전음악이 배경에 깔린다. 동시기 누벨바그 영화나 그 영향을 받은 홍상수 감독 영화들이 생각나는 지점들이다. 흔히들 오즈 야스지로를 ..
작곡 작사, 빅토르 하라너를 기억한다 아만다.비에 젖은 거리에서그 길은 공장으로 가는 길이었지마누엘이 일했던 곳. 환한 웃음과, 머리는 비에 젖었지만그런 건 중요하지 않았지너는 그를 만나러 가고 있었으니까.그를, 그를, 그를단 5분이었지만,5분이 영원과도 같았어.사이렌이 울리면일하러 돌아가야 하지.그리고 네가 걸어가면, 모든 것이 빛났어.단 5분이 너를 피어나게 했지. 너를 기억한다 아만다.비에 젖은 거리에서그 길은 공장으로 가는 길이었지마누엘이 일했던 곳. 환한 웃음과, 머리는 비에 젖었지만그런 건 중요하지 않았지너는 그를 만나러 가고 있었으니까.그를, 그를, 그를산으로 떠난 사람을아무도 아프게 하지 않았던 사람을산으로 떠난 사람을그리고 단 5분만에산산조각나버린 사람을.사이렌이 울리면일하러 돌아가야 하..
처음 가는 곳에서 처음 타는 버스를 탔다. 추적추적 내리기 시작한 비는 계속 쏟아졌고, 예정된 시간에서 10여분을 지체했지만 버스는 오지 않았다. 설마 버스가 오지 않을까, 신호 건너편을 기웃거리자 한 촌로가 정류장에 앉아 날 바라보며 넌지시 웃음을 지었다. 선생님, 여기가 서울 가는 버스 타는 곳 맞습니까? - 맞아요. 강남 터미널 가는, 걱정하지 마세요. 백프로 옵니다. 55분 차를 예매했는데 10분 넘게 지체하네요. 보통 이런 일이 자주 있습니까? - 예... KTX 역에서 좀 밀리기도 하고 오늘은 비도 오잖아요? 초행길은 항상 불안한 법입니다마는... 여기서 버스를 타는 건 처음이라서요. - 인생은 항상 초행길이지요. 부모가 되는 것을 보세요, 한 사람이 자라는 것을 돕는 경험을 누가 여러번 할 ..
인터내셔널가의 아지테이션으로 쓰이는 브레히트의 시 '예심판사 앞에 선 16세 봉제공 엠마 리이스' 의 원문과 출처를 발견했다. 그동안 이 시를 브레히트가 쓰지 않았다는 루머가 많았다. 한국 좌파들은 국제노동계급운동의 공통된 찬가, '인터내셔널'을 부르기 전에 이 시를 선동적으로 낭송하고는 한다. 독일 국립 도서관 네트워크에서 찾은 결과, 1967년 프랑크푸르트 암 마인 의 주어캄프 출판사에서 나온 브레히트 전집(Gesammelte Werke) 제4권 546쪽에 실려 있었다. 원문은 다음과 같다. Die sechzehnjährige Weißnäherin Emma Ries vor dem Untersuchungsrichter - Bertolt Brecht Als die sechzehnjährige Weißnä..
영화 해리 포터와 죽음의 성물 2편을 이제야 봤다. 예의 그 "유행하는 것은 유행이 일단 지나간 뒤에 즐기기를 좋아하지요." 라는 구절을 꺼내려는 것은 아니다. 그보다는, 이것은 내 유년시절에 대한 '공식적인' 작별인사라고 해야겠다.'우리 세대의 빌둥스로망(Bildungsroman), 이제 정말로 너희 삼총사를 보내 줄 때가 왔구나.'거의 10년을 미뤄두었다. 피터팬 증후군 같은 것일까, 내 10대 시절을 오롯이 함께 보낸 해리포터 시리즈가 이렇게 끝나버리면 내 무언가도 함께 끝나버릴것만 같았다. 해리 포터 시리즈의 완결을 보기 위해 삶을 이어나갔던 때도 있었기에. 삶의 이유를 잘 찾지 못했던 스무살 때의 나는 그렇게 해서라도 삶을 연장시키고 싶었다. 삶의 이유가 조금 더 생기고 유년시절에 작별을 고하고..
때는 명 영력 3백년 하고도 수십년이 지나 중원 천하는 노동자와 농민의 도를 따르는 모택동 주석과 공산당에 의해 평정되어 인민이 나날이 번성한 지 어언 한 갑자가 넘게 흘렀다. 이에 반해 조선 땅에는 권세가와 자본가의 횡포가 극에 달하고 인민은 도탄에 빠졌으나 이 작은 천하에 도를 바르게 세우고자 하는 이가 적어 중원과 노서아의 도를 본받아 노동자와 농민의 도로 세상을 바로잡고자 하는 이들이 정당을 만들었으니 이를 노동당이라 한다. 최근 이 당을 따르는 이가 적고 의견이 사분오열하여 자발적으로 흩어져 후일을 도모하자는 이들이 나타났다. 나는 그들에게 일리가 있다 여겨 뜻을 같이한 바 있으나 이전에 입은 은혜를 잊지 않고 있었다.수일 전, 노 공이라 하는 친한 동지와 이 문제에 대해 필담을 나눈 바 있다...
[‘내가 죽고 나면, 당신은 나를 잊기 위해 울어야 한다는 걸 압니다. 시간이 지나면, 당신은 저를 기억할 수 있을 겁니다. 시대를 관통하는 맑은 눈으로 말입니다.’ - 임무를 수행하던 도중 산화해간 스페인 국영 전화국의 노동자들을 기억하며] ‘카피톨’ 영화관이 있는 그란 비아에서 길을 따라 5분 가량 걸어가면 그란 비아의 가장 높은 지점에 고풍스런 첨탑이 올려진 국영 전화국 건물이 있다. 이 14층 건물은 카피톨 영화관과 함께 1930년대 마드리드의 몇 안 되는 마천루였다. 공화국 스페인과 세계의 나머지를 잇는 신경망의 중추 역할을 하던 이 마천루는 마드리드 포위전 당시 안테나 첨탑이 포병 전방 관측소로 쓰였을 정도로 마드리드 시가지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 비록 당시 이 건물은 미국 통신..
마드리드 구시가는 고풍스런 도시다. 닳아버린 나무계단과 삐걱거리는 문들이 새삼스럽지 않았다. 물론 엄청나게 많은 개들과 그들의 배설물도 빠지지 않았다. 그리고 굉장히 정치적인 도시이기도 하다. 거리마다 공산당 분파, 포데모스, 아나키스트, 파시스트 등의 정치적 구호와 선전물들이 붙어 있었다. 임시 숙소의 맞은편은 철거 투쟁중인 건물이었다. 광란의 파티 흔적이 남아 있어 카페 마리 생각이 났다. 자기 전 오늘은, 도시 산책자 노릇을 하다 만난 한 노인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그 전승기를 문 앞에 걸어 놓은 집에 사는 노인에 대한 이야기다. 간만에 보는 적기를 눈 앞에 두고 사진을 찍고 있으니 한 노인이 내게 들어오라고 했다. 문간에 '박물관'이라 적어 놓았기에 스스럼없이 들어가서 인사를 청했다. "안녕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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