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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7월에 크게 깨닫다

야우리 2019. 7. 19. 14:37

때는 명 영력 3백년 하고도 수십년이 지나 중원 천하는 노동자와 농민의 도를 따르는 모택동 주석과 공산당에 의해 평정되어 인민이 나날이 번성한 지 어언 한 갑자가 넘게 흘렀다. 이에 반해 조선 땅에는 권세가와 자본가의 횡포가 극에 달하고 인민은 도탄에 빠졌으나 이 작은 천하에 도를 바르게 세우고자 하는 이가 적어 중원과 노서아의 도를 본받아 노동자와 농민의 도로 세상을 바로잡고자 하는 이들이 정당을 만들었으니 이를 노동당이라 한다. 

최근 이 당을 따르는 이가 적고 의견이 사분오열하여 자발적으로 흩어져 후일을 도모하자는 이들이 나타났다. 나는 그들에게 일리가 있다 여겨 뜻을 같이한 바 있으나 이전에 입은 은혜를 잊지 않고 있었다.

수일 전, 노 공이라 하는 친한 동지와 이 문제에 대해 필담을 나눈 바 있다. 

"일전의 회합에서 모모 라는 자가 쓸데없는 말을 뇌까려..."

"모 동지는 무어라 말씀하셨는가?" 내가 물었다.

"권 공은 어찌 그 자를 동지라 칭하는 것이오? 그대의 바른 뜻마저 가릴까 두렵소. 앞으로 그런 자를 동지라 칭하지 마시오." 노 공은 불쾌한 색을 보이며 일갈하였다.

"내가 비록 그 능력은 부족하고 그릇이 작으나 성년이 되어 세상을 바로잡고자 나선 이래 손윗사람을 충으로 대하고 곁의 사람들을 예와 의로 대했으니, 뭇 사람들이 평하길 그는 은혜를 잊지 않으며 성정이 어질고 학업에 열심이라 능히 함께 바른 것을 도모할 수 있다 하였는데 공은 어찌 날더러 충과 의를 버리라 하는가?"

이에 노 공이 답하길, 

"<맹자>에서 말하길 향원덕지적야(鄕原德之賊也)라 하였소. 온 마을에서 어질다 칭송받는 자는 덕을 해치는 도적이란 말이오. 권 공의 어짊은 향원의 어짊일 뿐이오. 당이 사분오열되고 천하에 도가 서지 않은 이때 뜻을 날카롭게 벼려 확실히 하지 않고 아무나 동지라 칭하며 두루 어울리고자 하는 것은 향원의 행세와 다르지 않소. 이를 오늘날 '기회주의'라 한다는 것은 그대도 익히 알 것이니, 군자는 오직 바른 원칙을 세울 뿐이오. 그 원칙이 바르면 인민이 흥하게 되고, 인민이 흥하면 그 도에 사특한 것은 없다고 일찍이 <맹자>에 쓰여 있거늘, 권 공과 오래 사귀어 그대의 학문이 높다 알고 있었는데 <맹자>조차 읽지 않은 것이오?"

나는 크게 깨달았으니,

'아! 나의 벗이 큰 깨달음을 주었다. 지금까지 나는 뭇 사람들이 어질고 충의로운 이라 칭송하는 것에 취하여 속마음을 감추고 세상에 아첨하였구나. 벗의 말대로 이는 바른 도를 어지럽히는 것과 다르지 않고, 나의 충이란 천하의 도를 바로잡기 위해 기의한 주 문왕을 제지하며 은나라 폭군 주에게 충성하던 백이와 숙제의 충의와 다르지 않으니 어찌 내 학문이 깊고 이로 천하를 도모하겠다 하겠는가!' 

이와 같이 기록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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