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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해리 포터와 죽음의 성물 2편을 이제야 봤다. 예의 그 "유행하는 것은 유행이 일단 지나간 뒤에 즐기기를 좋아하지요." 라는 구절을 꺼내려는 것은 아니다. 그보다는, 이것은 내 유년시절에 대한 '공식적인' 작별인사라고 해야겠다.

'우리 세대의 빌둥스로망(Bildungsroman), 이제 정말로 너희 삼총사를 보내 줄 때가 왔구나.'

거의 10년을 미뤄두었다. 피터팬 증후군 같은 것일까, 내 10대 시절을 오롯이 함께 보낸 해리포터 시리즈가 이렇게 끝나버리면 내 무언가도 함께 끝나버릴것만 같았다. 해리 포터 시리즈의 완결을 보기 위해 삶을 이어나갔던 때도 있었기에. 

삶의 이유를 잘 찾지 못했던 스무살 때의 나는 그렇게 해서라도 삶을 연장시키고 싶었다. 삶의 이유가 조금 더 생기고 유년시절에 작별을 고하고 싶을 때 자연스럽게 보게 될 것이라 다짐했다.

27세 생일이 지나고 나서야 가능해진 일이다. 그랬지. 스물일곱이 넘으면 삶에 책임질 것들이 생겨나기 때문에 사람들이 죽는 거라고. 재생 버튼을 누르고서야 깨달았다. 이제 내 유년시절은 끝이라고. 모든 질문에 답을 보여주고 책임을 대신 져줄 덤블도어는 더 이상 없다고. 그 깨달음은 갑작스럽게 와버렸다. 세베루스 스네이프의 죽음 또한... 최근 누군가의 죽음을 떠올리게 했다. 이에 대해 말을 길게 할 필요는 없으리라.

해리 포터 시리즈가 결말을 통해 이야기했던 것은 내면의 용기와 지고지순함 그리고 그것을 믿는 이들, 친구들, 그것만이 앞으로 가져갈 수 있는 유년시절의 편린들이라는 사실이다. 책임 또한 함께다. 

그 시절에 비하자면 삶의 이유가 부족하지는 않은 것 같다. 정말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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