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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관념론 - 칸트(1)

야우리 2018. 11. 12. 20:45

다음은 본인이 독일 관념론부터 맑스주의까지의 독일 철학에 대한 이해를 증진하기 위해 2018년 10월부터 동학들과 진행한 세미나의 내용을 사전에 정리한 것이다. 주된 저본으로는 돌베개 출판사에서 나온 '철학의 철학사적 이해'를 사용했다.


[임마누엘 칸트(Immanuel Kant, 1724 ~ 1804)][각주:1] (1)


영국, 프랑스 등 서유럽과 달리 독일에서는 자본주의 발전이 더뎠고, 19세기까지 봉건적 생산관계들이 온존했다. 따라서 서유럽과는 달리 봉건제와의 혁명적 단절보다는 점진적 개혁을 원하는 철학들이 출현하였다. 그러나 자연과학의 측면에서 독일인들은 그 변화를 빠르게 받아들이고 있었기에 많은 철학자들이 자연과학을 통해 세상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도출하는 지점에서 그들의 연구를 시작하였다.(헤겔 법철학 비판 서설의 내용 참조) 독일 관념론의 비조라고 볼 수 있는 임마누엘 칸트는 이성적 원리에 기초해 올바른 세계상을 도출하고자 한 라이프니츠 등의 합리론에 심취하였으나 로크와 흄의 경험론, 즉 인간의 오성[각주:2] 속에는 감성에 의해 주어지지 않은 것이란 없다고 한 그들의 이론을 접하고 관심의 표적을 자연과학에서 형이상학[각주:3]으로 옮기게 되었다. 그러므로 칸트는 합리론과 경험론으로 대표되는 이전의 형이상학을 비판하고 종합하여 새로운 형이상학을 정초하기 위해 인간 이성의 한계를 탐구하였다.


  1. 선험적 종합 판단의 가능 근거
    모든 의식은 경험과 더불어 시작된다. 대상이 감성을 촉발하여 표상을 야기하고 오성의 작용을 발동시켜 경험 대상의 인식을 가능케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모든 인식이 경험에서 오는 것은 아니다. 경험적 인식이 외부로부터의 인상과 우리 인식 능력이 스스로 만들어낸 것의 결합일 수 있기 때문이다. 칸트는 경험적 인식과 선험적(a priori)인식을 분리하여 후자를 주로 탐구했다. 선험적 인식은 경험과 독립된 순수 인식을 포함한다. 

경험적 인식은 무엇이 관찰되고 어떠하다는 것을 알려주지만 그것이 모든 경우 그리고 미래에도 그러하다는 것을 증명하지는 못한다. 경험적 판단은 경험에 의한다는 한계를 가지고 있고 경험에 의해 거부(반증)될 수 있다. 이에 반해 칸트는 보편적이고 필연적인 판단을 선험적 판단이라 한다. 그 선험적 판단의 인식 구조를 그는 탐구한 것이다. 칸트는 선험적 인식을 경험에 적용하여 경험 일반의 보편성과 필연성을 확보하려 했다. 그것이 칸트에 따르면 객관성의 유일한 척도이다.

우리가 어떤 판단을 필연적이고 보편 타당한 것으로 간주할 수 있는 근거를 발견했을 때... 우리는 그 판단을 객관적인 것으로 간주해야 한다. 즉, 그 판단은 우리의 주관에 대한 지각 관계 뿐만 아니라 대상의 성질도 표현하는 것으로 생각해야만 한다. 만약 판단들 모두가 관계하고 일치하는 대상의 통일성이 없다면, 나의 판단과 다른 사람의 판단이 필연적으로 일치해야 하는 근거가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판단들 모두는 서로 일치해야 한다.[각주:4]

경험적 실재에 대한 객관적인 판단을 위해 칸트는 분석 판단과 종합 판단을 도입했다.

    • 분석판단: A=B 하는 경우 B의 개념이 A에 포함되어 있을 때.
      eg. '공은 둥글다' 의 경우, 둥근 것은 공의 속성이며, 둥글지 않으면 공이 아니다. 따라서 둥근 개념은 공에 포함된다. 이처럼 분석 판단은 경험을 필요로 하지 않으며 주어를 설명해주는 것이고, 새 지식을 주지 않는다. 이것을 합리론자들은 참다운 인식이라 불렀다. 그것의 최상 원리는 모순율이다. 분석 판단은 모순율에 의해 부정된다. - 둥글지 않은데 공이라면 그것은 모순이고 첫 명제는 부정된다.

'그 진리성이 언제나 모순율에 의거하여 인식될 수 있는 판단은 분석적이다.'

    • 종합판단: A=B인 경우 B가 A에 포함되어 있지 않을 때. 종합판단은 주어를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그를 확장시킨다.
      eg. '이 공은 금색이다' 라고 할 때, 금색의 개념은 금색에 대한 경험에 의해 형성된다. 즉 이 판단을 하기 위해 경험이 필요하기에 보편타당하지 않다. 공은 여러개이고 그 중 금색인 것이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경험론자들이 이것을 인식의 근거로 삼았다.

칸트는 경험에 근원을 두지 않으며 보편성과 필연성을 지닌 종합판단에 관심을 가졌다. 종합판단은 수학적 명제 같은 것이다. 5+5=10 이라 할 때, 두개의 5를 인식한다고 바로 10을 알 수 있게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5+5라는 개념에 10이라는 개념이 더해지는 것이기에 이는 종합 판단이다. '이 공은 금색이다' 같이 5+5=10은 종합적 인식의 근거가 경험이 아닌 판단, 요컨대 종합 판단이다. 종합 판단에서 그 종합의 근거가 경험이 아닐 때에만 보편성과 필연성을 갖는다. 칸트는 이러한 보편성과 필연성을 지닌 종합 판단을 선험적 인식 구조를 밝히면서 정당화한다.

'철학은 판단의 보편성과 필연성을 보증하는 것을 취급해야 한다. 즉, 그러한 판단을 산출하는 규칙에 관계해야 한다. 이 해명과정이 바로 '순수이성비판'(Kritik der reinen Vernunft)이다.'

수학적 명제가 선험적 판단인 이유는 그것이 경험에 의거하지 않고 보편타당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이 종합판단인 이유는 셈하는 능력(감성, = 직관)을 통해 무언가 더해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감성이 경험에 대해 독립적이려면 순수 감성이 존재해야 한다.

여기서 칸트는 순수이성(순수 감성 + 순수 오성)을 인식의 근원과 한계라는 점에서 논의하여 선험적 종합 판단의 가능성을 탐구한다. 수학과 같은 선험적 종합 판단의 가능성을 자연과학과 형이상학으로 확대하고자 하는 것이 순수이성의 과제로서 주관과 객관의 문제이며 인식의 본성과 그 범위에 대한 문제이다.


(칸트 - 1. 선험적 종합 판단의 가능 근거 끝.)


  1. 주요 저작으로는 3대 비판서인 '순수이성비판'(Kritik der reinen Vernunft), '실천이성비판'(Kritik der praktischen Vernunft), '판단력 비판'(Kritik der Urteilskraft)이 있고, 그 밖에 '프롤레고메나', '도덕 형이상학의 기초', '영구평화론' 등이 있다. [본문으로]
  2. 오성 (Verstand) : 사유능력. 직관에 의해 수용된 것들을 종합하고 통일시키는 능력. 개념에 대한 결합 능력, 범주에 관한 인식능력이다. [본문으로]
  3. 형이상학: 존재하는 것의 배후에 대한 학문=사물의 속성에 대한 학문. 칸트의 경우 '형이상학'을 거의 '철학'과 같은 의미로 사용. [본문으로]
  4. '프롤레고메나' 58쪽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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