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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관념론 - 칸트(2)

야우리 2018. 11. 23. 00:40

2. 인식 일반의 성립

칸트는 합리론자들과는 달리 외부의 질료(Materie)가 주어져야 인식이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모든 인식은 질료와 형식(form)을 갖는다. 질료는 인식되는 것, 형식은 질료를 인식하는 방법이다.

질료가 외부에서 감각에 부여되려면 그것은 물 자체(Ding an Sich)에 의해 인식능력에 촉발된다. 즉 물자체와 그에 의해 촉발되는 인식 능력의 존재를 전제한다. 이렇게 외부의 것에 의해 촉발되는 능력 덕에 갖게 되는 감각이 감성(Sinnlichkeit)이다. 감성은 외부에 대해 감각을 가질 수 있는 수용의 능력이다. 감성의 형식이 순수직관(Anschauung)이다. 직관은 대상에 대한 직접적 표상을 제공한다. 곧 주관이 객관(대상)과 관계하는 것은 직관을 통해서이다.

직관이 곧 인식을 전제하지는 않는다. 그를 위해선 개념이 선행되어야 한다. 직관을 개념으로 결합시키는 것은 오성(Verstand)이 한다. 오성은 범주를 질료에 적용한다. 따라서 모든 인식은 감성과 오성을 포함한다.

인간의 인식 능력에는 감성과 오성이 있다. 감성은 직관적으로 수용하는 능력이고 오성은 개념에 의한 결합 능력이다. 따라서 인식의 성립은 양자의 결합을 의미한다.

'내용 없는 사고는 공허하고 개념 없는 직관은 맹목이다.('Gedanken ohne Inhalt sind leer, Anschauung ohne Begriffe sind blind')[각주:1] = 직관이 없는 오성은 공허하고, 개념 없는 직관은 맹목적이다.

칸트에 의하면 인식은 형식에 의해 성립하기 때문에 형식은 원래부터 우리에게 있어야, 즉 선험적이어야 한다. 선험적인 인식 형식은 인식의 보편과 필연성을 보증한다. 따라서 인식의 외부, 즉 감각되는 것을 배제하면 인식에서 생기는 필연만 남는다. 이렇게 감성의 형식과 오성의 형식을 발견하여 이들의 본질이 해명된다.
따라서 칸트에게는 객관적 대상이 주관적 인식에 따라 좌우된다. 이는 이전까지의 우리 인식은 대상에 따라 방향지워진다는 생각을 거부하여 '코페르니투스적 전회'(Kopernikanische Wendung)라 한다.


3. 선험적 감성론

칸트에 따르면 수학에서 선천적 종합 판단의 가능성은 선천적 직관형식에 의존한다. 직관 형식들에는 외감의 형식인 공간과 내감의 형식인 시간이 있다. 기하학적 선천 판단의 가능성은 공간의 선험성에 의존한다. 대수학적 선천 판단은 시간의 선험성에 의존한다. 공간과 시간은 객관적 실체가 갖는 형식이 아니라 직관 자체의 형식이다. 직관에서 표상을 제거하면 공간적 직관이 남는다. 즉, 물(Ding)의 표상을 제거하면 공간적 표상이 남는다. 공간 표상은 물에서 생기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공간을 물에 적용한 것이다. 공간 표상은 모두에게 동일하다. 따라서 공간 표상은 보편적이고 필연적이고 직관이기에 단일 표상이다.[각주:2]

우리의 내적 상태는 시간 내에서 계기적으로, 혹은 동시적으로 지각되며 시간이 선험적 직관이라는 것은 공간의 경우와 일치한다. 모든 내적 상태가 제거되더라도 시간은 남는다. 시간은 내적인 심적 상태의 직관으로써 물에 적용하는 선천적 표상이며 변화의 표상으로서 단일 표상이다.

따라서 우리는 공간과 사건이라는 형식 아래에서만 직관할 수 있기 때문에 우리가 직관하는 것은 물 자체가 아니라 현상(Erscheinung)이다. 우리는 물자체가 우리에게 작용한다는 것 빼면 아무것도 알 수 없다. 모든 사람은 동일한 공간적 시간적 직관을 가지므로 물의 현상은 동일하다. 요컨대 공간과 시간은 현상에 대해 경험적 실재성을 가지며 동시에 초월적(선험적, 초경험적, transzendental)이다.

칸트에 의하면 인간의 직관과 독립된 물 자체가 어떠한지는 알 수 없고,[각주:3] 인식을 통해 현상만을 규정할 수 있을 뿐이다. 따라서 칸트 철학은 주관적 관념론이자 불가지론이다. 그러나 그는 주관과 독립한 객관적 실재를 인정했기에 유물론적이라고도 할 수 있다. 

칸트 철학의 근본특징은 유물론과 관념론의 화해, 상이한 철학적 방향을 하나의 체계로 결합하는 것이다. 칸트의 표상이 물자체에서 온다고 인정할 때 그의 철학은 유물론이다. 칸트가 물자체가 인식 불가능하다고 단언할 때 그의 철학은 관념론이다.[각주:4]

(칸트(2), 인식 일반의 성립, 선험적 감성론 끝.)

  1. 임마누엘 칸트, '순수이성비판', B판 75쪽 [본문으로]
  2. 직관은 단일 표상으로 특정 대상에만 관계하고, 개념은 일반 표상으로 많은 대상을 포함하고 징표를 매개로 많은 대상에 관계한다. 단순히 나무에 대한 직관이라면 단일 나무, 나무에 대한 개념은 많은 나무를 포함. [본문으로]
  3. 피히테는 물자체 때문에 칸트 이론이 모순된다고 주장했다. 인식할 수 없는 물자채를 실재한다고 하는 것은 모순율에 위배된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본문으로]
  4. V. I.레닌, 유물론과 경험비판론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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