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당신

20150630 '사는게꽃같네' 방문

야우리 2015. 7. 2. 06:26

어제는 망원동에 있는 멋쟁이 술집 겸 까페 '사는게꽃같네' 에 방문했다. 천장에는 우산들이 달려 있다. 비가 오는 날이면 우산들을 펼쳐 놓는다. 그 때는 비가 내리고 있었다. 비가 내리는 덕에 피워놓은 인도산 향불이 더욱 진한 향기를 발했다.
주인은 30대 초반으로 보이는 히피 스타일의 치렁치렁한 옷을 입은 대구 말씨의 여성이었다.


"어 대구 출신이세요? 대구 말씨 쓰시네요."
"아 당연하죠~ 대구 사람인데~ 두시간 전에 돌아왔어요~"
"여기 참치 시킬 수 있다고 들었는데..."
"네 시켜 드려예? 삼만원짜리?"
"네 감사합니다~"


이런 식이었다. 메뉴의 구성은 매우 단출했다. 낮에는 커피와 (식사대용도 가능한)와플을 팔고 저녁에는 술과 아주 간단한 안주들을 판다. 의외로 캡틴큐 를 한잔에 1900원에 팔고 있어 난생 처음 캡틴큐를 마셔 보았다. 싸구려 블렌디드 위스키와 비슷한 맛이었다. 사실 이것도 위스키 원액에 주정을 섞은 것이니 맛이 비슷한 건 당연하다.


캡틴큐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고 있으니 자전거에 실린 참치회가 도착했다. 배달오신 분이 가게 망하게 하고 싶지 않으면 인터넷에 홍보를 많이 해달라고 하셨다. 망원동에 있는 배달전문 참치 가게 '싱싱참치' 다. 해동 정도는 적절했고, 먹을만한 각 부위들이 적절히 배치되어 있었다. 다만 둘이서 간단히 먹기에는 약간 양이 많았고, 세 명이나 네 명이서 각 부위를 맛보듯이 먹고 다른 안주들을 먹어보는 것이 나을 듯 하였다.

가게 벽에는 스케이트보드를 타는 김정일 좀비와 그걸 보며 박수를 치는 김정은 그림이 걸려 있었다. 그 그림에 대해 물어보니 별 의도는 없고 그냥 행사 포스터 였다고 한다. 전에 어떤 아저씨들이 와서 왜 김정일 그림이 걸려 있냐고 시비를 건 적이 있다고 하면서 정치적 의도는 없다고 해명하시더라. 사실 그런 걸 물어볼 의도는 아니었는데. 그러자 가게에 있는 여러 그림들에 대한 이야기도 해 주셨다.


손님들과 대화하는걸 즐기시는 것 같아서 가게를 열게 된 동기를 여쭤보았다.


"대구에서 하는 일이 이제 알아서 잘 돌아가게 되서, 아는 동생이 서울 올라와서 놀자길래 그냥 올라와서 가게 열었어요~ 잡지 얼루어 보면 되게 자세한 인터뷰 되어 있거든예~"


술을 먹다가 갑자기 가게의 전기가 나갔다. 전기 시공이 잘못되어 자주 있는 일이라고 한다. 단골들은 이 가게의 묘미라며 좋아한다고 했다. 그래도 자기는 전기가 한 번 나가면 포스기도 다시 켜야 되고 냉장고, 제빙기 따위에도 문제가 생기므로 고달프다고 한다. 다음주 쯤에 전기 시공을 다시 하실 예정이란다.


다음에는 낮에 가서 와플을 먹어봐야지.



'당신'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160329  (0) 2016.03.29
20150709  (0) 2015.07.09
20150606  (1) 2015.06.07
최근 구속영장이 청구된 '태극기 소각 사건' 피의자 탄원서  (2) 2015.06.01
얼, 그레이  (0) 2015.05.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