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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하!(페이스북 친구들 하이! 라는 뜻입니다. 저는 왕당파가 아닙니다.)

오랜만에 (의회)정치글을 씁니다. 사전투표가 오늘부터니까요. 대부분 친구들이 제 정견에 대해 알고 있을테니 지금까지 딱히 쓸 필요를 못 느꼈어요. 그것 말고도 하루종일 정치공학 얘기만 하는 건 정말 멍청하게 삶을 망치는 길이라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특정 후보를 지지한다면 사람들을 만나서 설득하고 이야기를 나눠야지 인터넷에 글을 쓰는게 무슨 의미인가요? 세상은 인터넷에 있지 않고, 세상을 움직이는건 우리 주변 사람들이니까요. 인터넷에는 남에게 전시하고 싶은 나의 즐거운 삶 이런거나 올리고 차라리 선거운동을 합시다.

저는 한국 기준으로 꽤나 급진적인 좌파에 속하는 노동당 당적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번 대선에 노동당은 후보를 내지 못했죠. 많은 비하인드 스토리들이 있습니다. 다만 그렇기에 몇 가지 원칙을 정할 수 있었어요. 다음은 각 후보들에 대한 인상평입니다.

1. 문재인: 어대문.(참고로 어차피 대통령 문재인 이라는 뜻입니다) 노무현의 계승을 표방하는 자유주의자이나 02년 노무현보다 훨씬 우경화되었고(노무현은 반미, 평화통일, 국가보안법폐지 를 대놓고 말하고도 당선되었습니다 김정은이 가장 두려워하는 대통령 따위를 이야기하는 문재인과는 다름) 박근혜 정권의 적폐가 엄청나서 참여정부보다 훨씬 힘들게 국정운영을 할 겁니다. 노무현처럼 근본적으로 시장주의자이기 때문에 똑같이 노동자를 탄압할거고요, '민주정부' 대통령이기 때문에 오히려 노동자정치의 세력화와 투쟁에 더욱 걸림돌로 작용할 겁니다. 이미 많은 전직 노동운동가들이 문재인 캠프에 합류했고 문재인 정권 하의 노동자/소수자 투쟁은 '민주정부에 힘은 실어주지 못할 망정...' 운운하는 논리에 더욱 지지를 받지 못할 것입니다. 문재인 지지하는 일각의 행동을 보면 알 수 있지요.

2. 홍준표: 이 사람은 나중에 수용소에서 노동교화형 내지는 공론장 발언 금지를 시켜버리고 싶네요. 혼모노 반동노무쌔끼입니다. 김영삼부터 박근혜까지 여러 노회한 보수반동정객들이 있어왔으나 이렇게까지 명백한 허위사실로 노동계급과 소수자에 대한 혐오와 폭력을 선동하는 인물이 이런 지지를 받은 바 없습니다. 역시 자기 지지층을 결집시키는 능력 하나는 정말 탁월하지요. 르펜과 트럼프로 상징되는 세계적 경향의 한 흐름인 것 같기도 합니다. 한국 우익의 질적 저하를 대변하는 교활한 인물.

3. 안철수: 호남토호세력과 결탁한 자본가 출신 우익. 아무 준비도 되어있지 않은 채 어쩌다 대통령을 주워먹을 수 있을줄 알고 출마했으나 홍준표 덕에 망했습니다. 어째 정치 입문 직후부터 날이 갈수록 밑천이 드러나는 느낌입니다. 주변에 박지원, 김한길, 손학규 류의 사람들이 득실거리는것만 봐도 알 만 합니다.

4. 유승민: 핵개발과 대북/안보문제에 광분하는 전쟁광인것을 제외하면 유능한 보수우익 정치인이겠으나 남한 독자 핵개발을 이야기하는 걸 보고 정이 떨어졌다. 인간적인 측은지심은 느끼나 뼛속까지 시장주의자 우익이기 때문에 그를 '지지'한다는 진보정당 지지자들을 이해할 수 없다. 어쩌면 보수의 노무현이 될 수 있을지도...?

5. 심상정: 굉장히 자유주의,우경화된 노동자 정당의 여성후보. 개인적으로는 우경화된 공약(국가보안법 폐지 언급하지 않음, 안보 어쩌고 하면서 군복 입고 돌아다님, 이석기 체포동의안 찬성 등) 과 오래된 악연들 덕에 지지하지 않는다. 그동안 그렇게 남의 정당 깨고 맘대로 후보 사퇴하고 그랬으면서 부끄러운줄도 모르고 유승민한테 힘내란다. 그러나 그녀가 10%넘는 득표율을 얻는 건 '진보' 후보의 10% 벽 돌파와 선거비용 (일부)보전이라는 정말이지 기념비적인 일이 될 것이다. 가족들도 이야기했더니 심상정 찍는다고.

6. 기타: 조원진 곰이 귀엽고 남재준 전 국정원장은 나랑 음악 취향이 비슷한 것 같다.

10. 그래서 답은? [김선동 aka Tear gas Kim, Agitation Kim] 이다!

나는 이번 대선에서 유일하게 국가보안법 폐지, 국정원 해체를 전면에 내세우고, 지금 당장 최저임금 1만원, 기간산업 공공화, 이석기의원 석방을 이야기하는 김선동에게 투표할 것이다. 
그와 민중연합당 주류 정치세력의 진보정치에 대한 패악질들은 따로 언급할 필요 없을 것이다. 그 분들도 부끄러운 줄 아셨으면 좋겠다. 앞으로도 그 분들에게 표를 줄 일은 없을 것 같다. 그러나 김선동에게 보내는 내 한 표는 나를 잡아갔던 국가보안법의 폐지투쟁에 연대하는 한 표, 최저임금 1만원과 비정규직 철폐투쟁에 연대하는 한 표, 한국 사회가 당면한 민족모순의 해결에 연대하는 한표다. 
물론 무엇보다도 단지 정세판단을 잘못 했을 뿐인 이석기 전 의원의 석방을 요구하는 한 표이기도 하다. 내가 정의당에 절대 투표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고. 표현의 자유라는 일반민주주의 원칙에도 어긋나는 체포동의안에 찬성표를 보낸 그들은 대체 무슨 생각이었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심상정이나 문재인을 뽑는 이들을 욕할 생각은 없습니다. 홍준표보다는 문재인이 당선되고 심상정이 10% 이상 득표하는 미래가 조금이나마 더 나은 미래일 겁니다.

심상정과 김선동, 두 후보의 선전을 기원한다. 
홍준표의 뚝배기를 깨버렸으면 좋겠다.(참고로 뚝배기=머리입니다)

그럼, 페-절!(페이스북 친구들, 긴 글을 읽어줘서 큰절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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