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키예프 동지들에게 보내는 편지)

친애하는 동지들![각주:1]

관심있는 책들의 10분의 1도 못 읽는다고, 어떻게 하면 시간을 합리적으로 배분할 수 있는지 물었지요. 참 어려운 질문입니다. 왜냐하면 이 문제는 각자의 상황에 따라 개인적으로 해결책을 내는 수 밖에 없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오늘날의 과학이나 정치, 아니면 다른 분야 책들을 섭렵할 수 있는 능력의 많고 적음은 올바른 시간 배분의 문제 뿐 아니라, 그 사람의 훈련 정도에도 달려 있습니다.

여러분이 특별히 청년 당원들이라 언급했으니 말이지만, 너무 서두르지 말고, 이 주제 저 주제 널뛰면서 한 번에 너무 많은 걸 하려고 하지 말라는 것, 그리고 한 책을 제대로 읽고 숙고해서 통달할 때 까지 다음 책으로 넘어가지 말라는 것 정도가 여러분께 제가 할 수 있는 충고입니다. 제 청년시절이 생각나네요. 저도 여러분처럼 시간이 부족하다고 생각했답니다. 감옥에 있을 적엔 할 일이 책 읽는 것 뿐이었는데도 하루가 짧다고 느꼈지요. 사상의 영역도 경제 영역과 마찬가지로 시초축적의 시기가 가장 어렵고 고생스럽습니다. 특정 기초지식들과 이론적 기술(방법론), - 그러니까 지적 활동에 있어서의 피와 살 같은 것이죠 - 들을 면밀하게 숙달하고 나면 익숙한 분야의 책들 뿐만 아니라 그 인접 분야나 동떨어진 분야의 지식까지 쉽게 섭렵할 수 있게 됩니다. 왜냐하면 그 방법론이라는 것이 결과적으로 어디에나 쓰이는 것이거든요.

한 권을 읽되 조금씩 익혀나가서 완전히 통달하도록 읽으세요. 이렇게 해야지만 여러분의 이해력은 자연스럽게 증대하며 사고하는 것에도 점차 자신감이 붙고 더 생산적으로 됩니다. 위에서 말한 전제를 잘 새긴다면 시간을 합리적으로 배분하는 것은 더 이상 어려운 일이 아닐 겁니다. 그렇게(배분을) 하고 나면 한 영역에서 다른 영역으로 넘어가는 것도 웬만큼은 즐거운 일이 되겠죠.

동지적 인사를 전하며. L. 트로츠키.

- ⟨프라브다⟩ 제118호, 1923년 5월 29일. 

1927년 국영출판사 출간 트로츠키 ⟪전집⟫ 제21권에 수록됨.


한국어 번역은 러시아어판 ⟪전집⟫과 Pathfinder 출판사 간행 Problems of Every Day Life by Leon Trotsky⟫에 실린 영역본을 참조하였다. 상호간 차이가 있는 경우 러시아어판 ⟪전집⟫의 내용을 우선하였다. (야우리) 

  1. 이 편지는 일군의 키예프 노동자들이 '맑스주의에 대한 지식을 심화시키기 위해 어떻게 합리적으로 시간을 써야 할지 궁금합니다' 라는 편지를 보낸 것에 대한 답장이다. - 전집 편집자 [본문으로]
공지사항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Total
Today
Yesterday
링크
«   2024/05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글 보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