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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사랑과 크리그

야우리 2020. 2. 19. 23:02

https://blog.naver.com/hirdmann/220011866154 에서 앞부분을 보실 수 있습니다. 이건 해당 단편의 결말 부분입니다.


큰 그림에서는...


1. 멀리서 본 테라니스

최고 사령관 알렉시스는 그 앞에서 빛나는 초록색 홀로그램 점을 살펴보며 수염을 긁고 있었다. 점들은 항성과 행성들을 나타내는 것이었고, 선은 행성들 사이의 워프 항로와 폭풍 등 이상현상들을 표시하고 있었다. 그리고 한 켠에 하이브 플릿 ‘크라켄’의 분함대를 표시하는 촉수가 있었다. Ichar 4에서 하이브 플릿의 주력은 분쇄되었지만 상당한 수의 타이라니드들은 이제 통제되지 않은 채로 표류하고 있었다. 최고 사령관 알렉시스는 제국의 다른 적들처럼 이 분함대도 결국엔 패배하리라 자인했지만, 그동안 사라진 행성들을 생각하면 가슴을 찌르는 듯 했다.

“저곳을 향한다는 건가? 현 상황은?” 그는 빛나는 점 무리들 중 하나를 가리켰다. 화면이 확대되더니 노란 항성 하나를 중심으로 천천히 돌고 있는 행성들로 구성된 작은 태양계가 보였다. 그의 뒤편에서 행정 보조용 스피커가 정보를 나열하기 시작했다.

“테라니스, 후기 공업사회 단계 행성, 하이브 시티는 없습니다. 생태계는 다양하고 평화로우며, 다채로운 기후입니다. 단일 행성 정부는 없고 다양한 국가들로 나뉘어 있지만 모두가 제국의 종주권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세금으로는 주로 기계 부품, 무기, 식량 등...”

“그래 그래.” 최고 사령관이 끼어들었다. “그런 건 관심 없고, 거기 방어 상황이 어떻게 되지?”

장치가 데이터뱅크를 뒤지느라 웅웅거리다가는 곧 똑같은 모노톤으로 정보를 나열했다. “지역 행성방위군 병력은 오토건과 기타 간단한 무기체계와 장갑차량으로 무장하고 있습니다. 크리그 68연대가 전쟁 준비를 위해 배치되어 있습니다. 사기를 진작시키고 행성을 요새화하며 지역 무장 병력들을 주요 임무에 맞게 준비시키고 있습니다. 더 이상의 정보가 필요하십니까?”

알렉시스 최고 사령관은 피로가 몰려오는걸 막으려는 것인지 그의 흉터투성이 얼굴을 손바닥에 파묻었다. 그러면서 끔찍한 선택의 시간을 조금이라도 늦춰보려는 것이었다. 크리그 68연대는 외계인의 침공을 저지하기 위해 그가 동원할 수 있는 어떤 부대에 배속되더라도 최고의 지원이 될 것이다. 동시에 그 부대가 없으면 항성계의 방어력은 심각하게 감소할 것이다. 요새화된 행성이 버티는 동안 어떤 반격작전이건 성공시킨다면 대단한 전과가 될 것이었다.

“현 상태로 볼 때, 외계인의 항성계 접근 추정 소요시간은?” 장치의 웅웅거리는 소리만이 정적을 깰 뿐이었다.

“지구 시간으로 5년입니다.”

그는 항성계의 운명을 결정지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대로 배치시키지, 그리고 총독에게 최대한 적의 접근에 대한 정보 유출을 막으라고 지시해. 불필요한 혼란이 일어나는건 원하지 않으니까.”

 그는 화면을 축소하기 위해 손을 내젓다가 보조가 작동하기 시작하자 갑자기 멈췄다. “아 그리고, 68에게 안부를 전해주게.”


2. Terran Solstice


 (전략)


테라(지구)의 미로와도 같은 관청에서, 비쩍 마른 서기관이 책에 묻은 먼지를 털어내어 수 세기만에 테라니스를 세상에 내보인다. 그는 깃펜에 잉크를 적시더니 일을 시작한다.

어두운 사무실에서, 최고 사령관은 그의 우주선 선체 바깥의 별들을 바라본다. 그는 수십억 생명의 무게를 어떻게든 이해해보고자 한다.

테라니스의 땅 위, 거리는 아직 눈부신 조명으로 가득하다. 자정이 되자 한 남녀가 포옹한다. 이 순간이 영원히 끝나지 않기를 기도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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