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죽고 나면, 당신은 나를 잊기 위해 울어야 한다는 걸 압니다. 시간이 지나면, 당신은 저를 기억할 수 있을 겁니다. 시대를 관통하는 맑은 눈으로 말입니다.’ - 임무를 수행하던 도중 산화해간 스페인 국영 전화국의 노동자들을 기억하며] ‘카피톨’ 영화관이 있는 그란 비아에서 길을 따라 5분 가량 걸어가면 그란 비아의 가장 높은 지점에 고풍스런 첨탑이 올려진 국영 전화국 건물이 있다. 이 14층 건물은 카피톨 영화관과 함께 1930년대 마드리드의 몇 안 되는 마천루였다. 공화국 스페인과 세계의 나머지를 잇는 신경망의 중추 역할을 하던 이 마천루는 마드리드 포위전 당시 안테나 첨탑이 포병 전방 관측소로 쓰였을 정도로 마드리드 시가지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 비록 당시 이 건물은 미국 통신..
마드리드 구시가는 고풍스런 도시다. 닳아버린 나무계단과 삐걱거리는 문들이 새삼스럽지 않았다. 물론 엄청나게 많은 개들과 그들의 배설물도 빠지지 않았다. 그리고 굉장히 정치적인 도시이기도 하다. 거리마다 공산당 분파, 포데모스, 아나키스트, 파시스트 등의 정치적 구호와 선전물들이 붙어 있었다. 임시 숙소의 맞은편은 철거 투쟁중인 건물이었다. 광란의 파티 흔적이 남아 있어 카페 마리 생각이 났다. 자기 전 오늘은, 도시 산책자 노릇을 하다 만난 한 노인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그 전승기를 문 앞에 걸어 놓은 집에 사는 노인에 대한 이야기다. 간만에 보는 적기를 눈 앞에 두고 사진을 찍고 있으니 한 노인이 내게 들어오라고 했다. 문간에 '박물관'이라 적어 놓았기에 스스럼없이 들어가서 인사를 청했다. "안녕하..
“야 이 미친놈아!” “오 그대 보이는가… 새벽녘의 여명에… 로켓의 붉은 섬광과 공중에서 작렬하는 포탄이… 오 말하라 성조기는 여전히 휘날리고 있는가…!” 미국식 피자를 먹지 못한지도 꽤 시간이 흘렀습니다. 저는 파파존스 피자를 좋아합니다. 존스네 아빠가 만든 것이지요. 토핑이 과하지 않아서 각자의 맛이 살아있고 도우가 부담스럽지 않으면서도 감칠맛이 돕니다. 미국에서는 장거리 트럭 운전사들이 한 판을 시켜서 트럭 뒷자리에 두었다 먹는 것으로 유명하다고 합니다. 고독한 장거리 운수 노동자의 삶, 한국에서와는 전혀 다른 이미지입니다. 학교에서 딱 400여미터만 걸어가면 마드리드 시내에 4개 있는 파파존스 지점에 갈 수 있다길래 ‘수페르 파파스’ 피자 작은 사이즈 한 판을 들고 집까지 걸었습니다. 포장해 가면..
지난 1월 4일부터 2월 초까지 스페인 마드리드에 어학연수를 오게 되었다. 간단한 여행기를 작성한다. 휘황찬란한 마드리드의 중심지 그란 비아. 언제나 관광객들로 가득한 그 거리. 그리고 이어지는 솔 광장을 걷다 보면 그곳에는 단지 부띠끄들과 백화점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걸 알게 된다. 내전 당시 마드리드가 포위 공격에 시달리는 동안에도 ‘크론슈타트의 수병’, ‘차파예프’ 등의 프로파간다 영화들을 상영해 사기를 고양시켰던 마드리드 최초의 마천루 ‘카피톨’ 영화관, 각국의 군사고문관들과 해외 통신원들의 숙소로 쓰였던 호텔 브리스톨, 격렬한 포/폭격의 와중에도 최후의 순간까지 공화국의 통신 임무를 수행한 전화국 본부까지, 호텔을 무숙자들을 위한 숙소와 식료품 창고로 개조했던 바르셀로나의 경우처럼 ‘혁명적’ 재분..
2. 인식 일반의 성립칸트는 합리론자들과는 달리 외부의 질료(Materie)가 주어져야 인식이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모든 인식은 질료와 형식(form)을 갖는다. 질료는 인식되는 것, 형식은 질료를 인식하는 방법이다.질료가 외부에서 감각에 부여되려면 그것은 물 자체(Ding an Sich)에 의해 인식능력에 촉발된다. 즉 물자체와 그에 의해 촉발되는 인식 능력의 존재를 전제한다. 이렇게 외부의 것에 의해 촉발되는 능력 덕에 갖게 되는 감각이 감성(Sinnlichkeit)이다. 감성은 외부에 대해 감각을 가질 수 있는 수용의 능력이다. 감성의 형식이 순수직관(Anschauung)이다. 직관은 대상에 대한 직접적 표상을 제공한다. 곧 주관이 객관(대상)과 관계하는 것은 직관을 통해서이다.직관이 곧 인식을 전..
다음은 본인이 독일 관념론부터 맑스주의까지의 독일 철학에 대한 이해를 증진하기 위해 2018년 10월부터 동학들과 진행한 세미나의 내용을 사전에 정리한 것이다. 주된 저본으로는 돌베개 출판사에서 나온 '철학의 철학사적 이해'를 사용했다. [임마누엘 칸트(Immanuel Kant, 1724 ~ 1804)] (1) 영국, 프랑스 등 서유럽과 달리 독일에서는 자본주의 발전이 더뎠고, 19세기까지 봉건적 생산관계들이 온존했다. 따라서 서유럽과는 달리 봉건제와의 혁명적 단절보다는 점진적 개혁을 원하는 철학들이 출현하였다. 그러나 자연과학의 측면에서 독일인들은 그 변화를 빠르게 받아들이고 있었기에 많은 철학자들이 자연과학을 통해 세상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도출하는 지점에서 그들의 연구를 시작하였다.(헤겔 법철학 비..
1929년 5월 1일 - 3일 베를린 베딩, 노이쾰른 지구에서 일어난 '피의 5월' 이라 불리는 노동절 시위 폭력진압과 그에 대항한 봉기를 소재로 한 31년작 노래 '붉은 베딩'. 3일간 19명이 죽고 250여명이 부상당했다.후렴을 먼저 한 번 부르고 시작한다. 작곡: 한스 아이슬러(동독 국가 작곡자) 작사: 에리히 바이네어트 Links, links, links, links! Die Trommeln werden gerührt. Links, links, links, links! Die Arbeiterklasse marschiert. Wir fragen euch nicht nach Verband und Partei Seid ihr nur ehrlich im Kampf mit dabei Gegen Unrech..
페-하!(페이스북 친구들 하이! 라는 뜻입니다. 저는 왕당파가 아닙니다.)오랜만에 (의회)정치글을 씁니다. 사전투표가 오늘부터니까요. 대부분 친구들이 제 정견에 대해 알고 있을테니 지금까지 딱히 쓸 필요를 못 느꼈어요. 그것 말고도 하루종일 정치공학 얘기만 하는 건 정말 멍청하게 삶을 망치는 길이라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특정 후보를 지지한다면 사람들을 만나서 설득하고 이야기를 나눠야지 인터넷에 글을 쓰는게 무슨 의미인가요? 세상은 인터넷에 있지 않고, 세상을 움직이는건 우리 주변 사람들이니까요. 인터넷에는 남에게 전시하고 싶은 나의 즐거운 삶 이런거나 올리고 차라리 선거운동을 합시다.저는 한국 기준으로 꽤나 급진적인 좌파에 속하는 노동당 당적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번 대선에 노동당은 후보를 내지 못했죠...
(지난 3월 7일에 작성) 한국 땅에 돌아와 보니 호시절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고도성장과 안개같은 불안한 평화, 거기서 자라는 흔들리는 청년들의 시대. 하루키가 그의 소설에서 그렸던 고도성장 막바지의 청년문화, 세계는 생각보다 여기와 다르지 않았다. 아무도 릴케를 읽으며 도시를 거닐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어느 도시나 다를 게 없기 때문이다. 어디에서나 사람들은 죽음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죽음이라는 종착지를 잊기 위해 소비에 몰두할 뿐. 20세기 초 불안한 청년들은 혁명을 했지만 21세기 초는 혁명보다는 느리게 오는 멸망이 더욱 어울리는 시대다. 세상은 거지꼴의 80%와 나머지로 양분되어 천천히 멸망을 향해 나아갈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문학을 읽고 파이프를 문 채..
- 명분과 실리를 챙기는 대선과 당명 개정 '정치' 라는 것을 우리는 여러가지로 정의합니다. 크게는 한정된 재화를 분배하는 행위 자체를 정치라고 보는 경우부터 좁게는 부르주아 의회정치에서의 정쟁만을 정치라고 보는 관점까지, 보통 대중들의 인식은 후자로 수렴합니다. 다분히 반정치적이죠. 보통 동양 고전 정치철학의 입장에서라면 정치는 '명분과 실리 사이에서 고민하며 권력의지를 실현해나가는 것' 으로 가득하다고 볼 수 있을 겁니다. 에 나오는 구절이죠. 그 송나라와 초나라가 전쟁을 하는데 강을 건너고 있는 적을 공격할지 말지 결단을 못 내리다가(병법에서 강을 건너느라 진형을 정비하지 못한 적을 공격하는 건 기초 상식) 대열을 갖추지 못한 적을 공격하는 것에는 명분이 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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